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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글

얼마 전 친하게 지낸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낸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부검을 원치 않으셔서 정확한 사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그 날은 물론이고 그 후로도 며칠동안 기분이 멍했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부조금 내고 30분동안 친구들과 얘기한게 다였습니다. 그냥 오랫동안 안 본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차라리 주검이라도 봤으면 실감이라도 났을텐데 말입니다. 친구들도 다들 전혀 실감이 안난다는 얘기 뿐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는 차라리 슬프거나 허무하기라도 했습니다. 26년간 살면서 그렇게 멍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멍한 동시에 나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책에서 본 죽음에 관한 내용을 머리가 아닌 살로 뼈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는 재수를 시작한 순간부터 누구보다 아둥바둥 살았습니다. 저는 재수할 때 한달에 100만원이라는 학원비와 생활비를 써가며 제 자신에게 불효자라고 칭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댔습니다. 내 자신의 행복 따윈 중요하지 않았고, 즐거움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나아가 즐거운 것은 불효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불행들은 과거에 제가 놀았던 시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며 옥죄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도 남들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뒤쳐진 기분이 들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조급함을 갖고 살았습니다. 

이 글의 핵심은 아니지만, 그 친구는 삼성전자를 다니던 친구였습니다.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저 역시 부러워해서 그 친구를 본받으면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본의아니게 제게 준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그건 '단 한 순간도 낭비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한번 느낀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삼가고인에게는 명복을 빌며, 오늘 올 지 내일 올 지 모르지만 언젠간 분명히 오는 제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빌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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