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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글

방이역과 미술시간

회사관두고 백수생활한지 28일차

퇴직금을 수령해야해서 기업은행을 가야했다

우리 동네에는 기업은행이 없어, 기업은행이 있는 가장 가까운 방이역으로 향했다

방이역 1번 출구로 올라오니

미세먼지를 품지 않은 화창한 햇살이 날 기다리고 있어

나는 기분 좋은 찡그림을 지었다

처음 와 본 방이역,어딘가 낯설면서 친근했다


갑자기 중학교 때 미술시간이 떠올랐다

미술선생님은 다음 시간에 사물을 그릴 것이니까 

평상시에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원채 준비성이 없던 아이였던 나는 당연히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고

그냥 평상시 들고 다니는 필통을 꺼내서 그렸다

열심히 그리던 수업시간 중간 쯤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잘 그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평소 자주 쓰는 물건을 꼼꼼하게 관찰해서

여태 보지 못했던 사물의 부분을 보라고 하셨다

그게 미술이고 예술이고 아름다움이라고 하셨다

물론 그 때 그 어린 나이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은행업무를 마친 후

15년전의 미술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방이역을 주변을 배회했다

상가도 구경했고 사람도 구경했고 사진도 찍었다 


3정거장밖에 되지 않는 방이역,

수백번은 지나친 방이역,

그리고 가까이 있지만 수백번은 지나친 방이역들.....


안녕, 방이역 

가끔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