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스타트업(창업)에 대한 의견들이 많아서 나의 의견을 부담없이 끄적여 보려고 한다. 비록 나이도 어리고 창업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정부기관에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의 담당을 한 적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3개월 일정의 짧은 지원 사업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9개월동안 관련 업계조사 및 컨퍼런스 참여 등의 경험을 하였다. 또한 예비창업자와 기창업자의 80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지원서를 받았었다. 창업 경험도 없으면서 창업에 대해 논하는 것이 건방지다고 생각이 할 수도 있겠다. 만약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흔히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창업자, 투자자 관점의 글이 아닌 지원사업 담당자의 새로운 견해정도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창업은 나르시즘(Narcissism) 때문에 망한다"
창업은 나르시즘, 즉 자기애(自己愛) 때문에 망한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카카오톡, 해외에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나 유투브의 스티브 첸 등 의 성공 사례를 보고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한다면, "당신이 망할 확률은 99%다"라고 냉정하게 말해주고싶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끈 하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통계적으로 망하는 스타트업이 99%이기 때문이다. (인생 전반이나 다음 사업에는 좋은 경험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한시적으로는 '망'한 사업이다) 당신이 망할 확률이 99%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성공할 것이라고 반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이 당신과 같은 생각이라면? 모두 목숨걸고 자신의 꿈을 쫓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창업전선에 뛰어든다. 여기서 말하는 '같은 생각'은 사업의 아이템을 말하는게 아니다. 나르시즘(narcissism)을 말하는 것이다. 나르시즘이란 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 즉, 자기애를 의미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르시즘이 있어 "나는 특별해", "나는 안 그럴 거야", "나는 성공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무의식이 작용한다. 거기에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나르시즘과 뒤엉켜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이 흐려진다. 스타트업 미디어에서 "주변사람 혹은 투자자에게 무수히 많은 피드백을 받아라"라는 글을 이미 자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르시즘적인 이유 때문인지 아이디어 역시 비슷하다. 내가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담당할 때 흥미로웠던 것은 80여개의 지원서를 검토해본 결과 사업 아이디어가 적지 않게 겹쳤다. SNS, E-Commerce 등 말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끼리 2개씩 묶을 수 있었고, 심지어 3개의 스타트업이 거의 똑같은 아이디어도 있었다. 물론 사업성공에 아이디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시장동향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나르시즘때문에 당신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을 만나면 오히려 투자자들이 오히려 좋은 스타트업이 있다면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투자자들도 좋은 스타트업을 찾는 것에 절박하다. 투자자들도 많은 스타트업을 접하지만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기 힘든 것이다.
미디어에서 SNS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내가 SNS를 만들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자기계발서 책을 읽으면 지금 당장 퇴사를 하여 창업을 해야할 것만 같고, 또 그렇게 하면 성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냉정하다. 당신의 서비스는 사용자들이기 보기에는 수많은 서비스 중에 하나이다. 아니, 당신의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다면 다행이다.
개발자라면 대부분 창업의 꿈이 있다. 나 역시 개발자이기때문에 창업의 꿈이 있다. 창업 지원 사업을 할 때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웬만한 확실함이 들지 않으면 아니면 함부로 뛰어들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창업의 전선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저리 주저리 창업에 반대하는 글 같이 써놓은 것 같지만 창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로 인해 창업에 꿈이 있는 사람이 창업을 포기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페이스북이나 구글, 드랍박스, AirBnB가 없었을 것이며, 모든 기업은 초기에 스타트업이었다. 또한 내면 깊숙히 무의식에 작용하는 나르시즘을 쉽게 버리라는 억지 주장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무수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신의 서비스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의 씨앗에서야 비로소 당신의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숲만 보거나 혹은 나무만 보지않고, 숲 속에 있는 당신의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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